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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04 시가 그리운 날에.... (10)
시와 음악2020. 10. 4. 05:05





자유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2

 

길은 내 앞에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의 시작과 끝을

그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그 길 어디메쯤 가면

낮과 밤을 모르는 지하의 고문실이 있고

창과 방패로 무장한 검은 병정들이 있다

이 길 어디메쯤 가면

바위산 골짜기에 총칼의 숲이 있고

천길만길 벼랑에 피의 꽃잎이 있고

총칼의 숲과 피의 꽃잎 사이에

"여기가 너의 장소 너의 시간이다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라"

행동의 결단을 요구하는 역사의 목소리가 있다

 

그래 가자 아니 가고 내가 누구에게 이 길을 가라고 하랴




지위

 

 

나도 그리 될까?

철들어 속들고 나이들어 장가들면

과연 그리 될까?

줄줄이 새끼들이나 딸리게 되면

어떤 수모 어떤 굴욕 어떤 억압도

참게 되는 걸까?

아니 참아지는 것일까?

아니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마는 것일까?

나는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나는 불의에는 반대한다고

입을 열어 한번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쥐꼬리만한 봉투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지위 때문에.




 

 

사실

 

놈들이 느낀 대로 느껴야 해

놈들이 생각한 대로 생각해야 해

놈들이 웃으면 웃어야 하고 놈들이 찡그리면 찡그려야 해

웃을 때 운다든지 울 때 웃어선 안돼

말을 하더라도 놈들의 입으로 해야 해

세상을 보더라도 놈들의 눈으로 해야 해

세상을 보더라도 놈들의 눈으로 보아야 해

놈들이 절망에 호소하면 절망을 절망해야 해

대망의 80년대 90년대 2천년대 하며 기적을 팔면

예수를 팔아서라도

그 기적을 믿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철커덕 수갑이 와서 너를 채갈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구둣발이 와서 가슴을 걷어찰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 쇠뭉치가 와서 네 등을 내리찍을거야

그리하여 조서가 꾸며져 검찰청으로 넘어갈거야

그리하여 기소장이 꾸며져 법원으로 넘어갈거야

그리하여 판결문이 꾸며져 감옥으로 넘어갈거야

그리고 너는 감옥의 벽에서 나의 시를 읽게 될거야

감옥들은 부자들이 그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감옥을 채우기 위해 경찰과 검사를 만들었으며

그리고 이들은 감옥을 지키기 위해 간수를 만들어냈으며

그리고 이들은 이 모든 것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 법과 법관을 만들었다

 

놈들로 하여금 이 벽을 허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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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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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곰히 씹어 보아야 할 시로군요^^

    2020.10.04 07: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좋은 시들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20.10.04 1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오랜만에 시를 접해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0.10.04 12: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자유...참...의미가 있는 글입니다..

    2020.10.04 1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도 김남주님을 좋아합니다. <똥누는 폼으로>를 읽으며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김남주님 시를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0.10.04 20: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인데... 서정시를 쓸 수 없다고 거부한 분이지요. 김남주의 시는 죽비입니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2020.10.05 05:3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