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2011.05.07 05:00



“청주에 이사를 왔는데 모충동이라는 동네가 있더군요. 애국지사를 추모하는 사적이 있는가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한번은 모충사라는 사당이 있다는 걸 알고 알아 봤더니 동학농민군에게 희생당한 관군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당이더군요. 사당이야 사적으로 역사적인 보존의 가치가 있지만 모충동(慕忠洞)이라는 동명이 그대로 있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청주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그렇다면 장충당공원도 이름은 바꿔야하지 않습니까?”하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장충당의 뜻과 동학도를 가해한 관군을 추모하는 모충이 같은 뜻인가요? 그렇다면 동네이름을 이완용동(洞), 최남선로(路)라고 바꾸어도 괜찮겠네요?” 했더니 자신은 잘 모르겠단다.

시민운동을 하시는 분을 소개받아 1996~7년도에 주민들에게 이름을 바꾸자는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었고, 당시 일부시민들과 관청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 현재까지 동네 이름을 ‘모충동’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논리학에서 모순(矛盾)이란 두 개의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혁명이 긍정되기 위해서는 반혁명은 부정되어야 옳다. ‘모순(矛盾)’과 ‘반대관계’는 다르다. 의미가 상반되면서 중간에 다른 외연의 개입이 불가능할 경우를 ‘모순관계’(있다/없다)라 하며, 의미가 상반되면서 중간에 다른 외연의 개입이 가능할 경우 '반대관계'(검정/흰색)라고 한다.

청주시내 모충동을 지나다 보니 모충사(慕忠祠)라는 곳이 있어 궁금해 올라갔더니 ‘헉~ 이게 웬 일...’ 모충동이라는 지명이 모충사에서 유래했다는 걸 알 게 되었다.


모충사(慕忠祠)를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모(그릴 慕)란 사모하다(思慕--) 뒤를 따르다, 생각하다, 높이다, 우러러 받들어 본받다...라는 뜻이요, 충(충성 忠)이란 충성 공평(公平), 정성(精誠), 공변되다'''란 뜻의 글자니까, 모충(慕忠)이란 충신의 업적을 기리는 사당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모충사(慕忠祠)란: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대전 방면에서 집결한
동학군을 해산시키기 위하여 충청병영의 영관(領官) 염도희(廉道希)가 교장(敎長) 박춘빈(朴春彬)과 대관(隊官) 이종구(李鍾九) 이하 70명의 병사를 이끌고 출진하였다가 청원군 강외면 지역에서 모두 전몰하였다. 이들 장졸들의 순절행적을 기리기 위하여 1894년 11월 전임목사 임택호(任澤鎬)가 남석교 밖에 모충단(慕忠壇)을 설치하였다.

1903년 안종환(安宗煥)의 건의로 순직한 장교의 증직과 모충단의 단호가 하사됨에 따라 당산에 단을 쌓고 제사하였으며, 그 뒤 기념비각도 건립하였다.
경내에 동학군 격퇴에 공이 컸던 병마절도사 홍재희(洪在羲)의 사적비가 있으며, 현재 모충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라고 설명해 놓았다.


동네이름을 ‘이완용동, 최남선 거리...’ 이렇게 지으면 동네사람들이 좋아할까? 서두에서 잠간 언급했지만 4·19가 긍정되기 위해서는 이승만정부는 부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혁명으로 명명(命名)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동학이 혁명이기 위해서는 혁명군을 학살한 관군은 가해자가 되는 게 맞다. 그런 사실(事實)이야 사적으로 보존하는 게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그런데 동네 이름까지 그대로 두고 기념한다는 것은 역사의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거부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백과사전에 보면 모충사라는 곳이 몇군데 있다. 제주도의 모충사는 한말 의병들과 항일 투쟁가 및 김만덕의 넋을 기리고자, 내외도민 17만여 명이 성금을 모아 사라봉 기슭에 세운 사당이다. 또 하나. 여주에 있는 모충사는 조선 전기의 문신 조계상(曺繼商)과 그의 5세손이자 문신인 조한영(曺漢英)의 불지전사판(不之典祠版)을 모시기 위해 임진왜란 때 후손 조경인(曺景仁)이 낙향해 세웠고 전라북도 정읍시에 있는 모충사 등은 개인이나 지역에 공이 있는 분들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그러나 청주의 모충사는 성격이 다르다.


부정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부정은 부정되어야 한다. 동학이 혁명이기 위해서는 관군은 충신일 수 없다. 동학도 긍정되고 관군도 긍정되는 역사란 멍청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청주시내 수많은 학교에서 모충사(慕忠祠)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모든 사실(事實)은 사실(史實)이 아니다. 사실(史實)이란 가치 있는 역사다. 사실(事實)을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는한 역사는 사실(史實)일뿐이다. 동학혁명의 격전지이기도 했던 청주에 모충이 동명(洞名)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Posted by 참교육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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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공서는 참 안일합니다.
    사실 일을 만들면 골치아프니
    그냥 구렁이 담넘어 가듯...
    언젠가는 바뀌어야 하겠네요. 모충동..

    2011.05.07 0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1.05.07 06:54 [ ADDR : EDIT/ DEL : REPLY ]
    • 선생님 덕분에 여러가지 배웁니다.
      한참 끙끙대다가 사진을 키우기는 했습니다만...

      트윗에는
      여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그쪽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닌지요?
      잘 몰라서요.

      2011.05.07 16:31 신고 [ ADDR : EDIT/ DEL ]
    • 블로그 글이 자동으로 가기도 하지만
      선생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140자 이내로 요약하셔서 직접 트윗에 올리셔도 됩니다.

      2011.05.07 17:47 신고 [ ADDR : EDIT/ DEL ]
  4. 어머~ 하루빨리 정정해야겠네요..
    참 안타까워요..

    2011.05.07 07: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잘 읽고 갑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1.05.07 07: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

    2011.05.07 08: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동학농민군이 반란자라면 그들은 충신, 완전 거꾸되었군요. 동학란이 아니라 동학농민전쟁이지요.

    2011.05.07 08:34 [ ADDR : EDIT/ DEL : REPLY ]
  8.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의식을 배우고 깨닫는 것에 크게 소흘한 작금의 교육 현실인것 같습니다

    2011.05.07 0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오늘도 좋은글이시네요^^
    날씨가 꽤 우중충한 날인데 잘 보내시길 바랄께요^^

    2011.05.07 09:04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야인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허걱'이네요. '모충'초교를 졸업하였다는 것이 정말 '헐'입니다. 하루 빨리 동명을 새로운 것으로 개명하여 '모순'을 극복하여야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1.05.07 09:31 [ ADDR : EDIT/ DEL : REPLY ]
  11. 신록둥이

    참 어이없는 일이군요.
    동학도 관군도 긍정되는 역사라.....
    바로 잡아야하겠습니다.

    2011.05.07 09:52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직도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이러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1.05.07 1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한국사 책을 읽히며
    이 부분에 대해 애들에게 몇 번씩이나 강조해서 알려줬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대통령 고향이 일본이나 북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1.05.07 11:36 [ ADDR : EDIT/ DEL : REPLY ]
  14. 늘푸른나라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탁사행정이라...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05.07 12:04 [ ADDR : EDIT/ DEL : REPLY ]
  15. 감사히 보고 가요.
    행복과 사랑이 충만한 휴일 가지세요.

    2011.05.07 13: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제대로 된 사실조차 이토록 잘못 전해지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역사만큼은 제대로 교육해야 할 것 같아요.
    어서 빨리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1.05.07 1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부드런남자

    사실 울나라는 신라(지금의경상도)때 당나라 군대끌여들여 백제.고구려 멸망시킨이후부터 민족고유의 자존감을

    엃어버렷다. 동학혁명도 농민 즉 힘없는 민초들이 못살겠다고 일어선 시민혁명!!이었다. 이때도 우리지배계층

    등른 청나라/러시아/중국 등등 각기 지들이 밑닦아주던 나라들의 군대(무력)를 울나라땅에 들여와서 우리나라

    의 백성들 즉 민초들을 사살하였다. 이런일이 또 아니 일어나란 법없다. 지금 시민들 궐기하면 핵미사일이라도 끌여들여와 날릴지도..

    2011.05.07 15:04 [ ADDR : EDIT/ DEL : REPLY ]
  18. 참 아이러니 합니다~ 휴일 잘보내고 계신지요?

    2011.05.07 15:37 [ ADDR : EDIT/ DEL : REPLY ]
  19. 우리나라의 역사는 참 아리러니합니다. 모순에 모순이 이어져 진실로 변해가고 있죠.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2011.05.07 17: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그렇군요,,
    제생각에는 사회 구석구석에 이런 모순들이 아직도
    많은것 같습니다. 신경써야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2011.05.07 21:07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정말 바껴야겠네요..
    얼른 바로 잡힐 수 있길 바랍니다!!

    2011.05.08 0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