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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나랏말로 바꿀 셈인가

by 참교육 2009.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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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바에야 차라리 아예 국어를 없애고 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게 낫겠다” 정부의 초등학교 영어교육 확대방침에 화가 난 선생님들 모임에서 나온 얘기다. 하긴 독도문제가 한일간에 뜨거운 감자가 됐을 때 국무총리란 분이 “차라리 독도를 폭파해 버리자”고 해 망신을 당했던 일도 있지만 정부의 초등학생 영어확대방침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게 선생님들의 의견이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뤤쥐’사건이며 영어몰입교육 등 영어에 대한 끝없는 연민은 이제 초등학생들 영어수업시수확대까지 들고 나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 수업 시간을 지금의 주당 1시간에서 주당 3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지금의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려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연구 프로젝트 수행(4월~7월), 공청회 개최(7월 말~8월 초), 교육과정심의회 심의(8월)’라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의 초등영어교육확대방침에 대해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사교육비의 주범이자 교육균형을 파괴하는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것은 1997년부터다. 2010년부터는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 수업 시간을 지금의 주당 한 시간에서 주당 세 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지금의 주당 두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늘려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어는 중국어나 아랍어처럼 하나의 외국어에 불과하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 영어몰입소동에서 볼 수 있듯이 영어 능력이 한 개인의 인품보다 상위의 가치로 여기는 문화사대주의의 풍토가 확대되고 있다.

초중등 교육은 국가가 맡아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 지역 편차에 구애됨이 없이, 학생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커가도록 인성 함양과 지식 습득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라나는 세대가 민족의 정체성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민주시민으로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정부와 교육자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2008년 초 ‘영어몰입교육’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지금 우리 교육은 기회 균등의 원칙을 잃어버리고 민족 정체성마저 부인하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영어교육 편중 정책은 미국식 세계관 외에도 아이들에게는 무한경쟁을,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 폭탄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5월 25일 내놓은 올 1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도시가구의 가구당 월평균으로 학원이나 과외비에 쓴 돈은 16만4657원이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만2319원 보다 15.7%나 증가했다. 이것은 지난 2003년부터 통계청이 가계수지 동향 조사에서 학원과 과외비를 따로 나눠 알아 본 이래 가장 높은 상승폭이었다.

영어 수업시수 확대방침은 영어 교육과 다른 교육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계층간의 갈등과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교과부는 영어 구사 능력이 마치 생존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영어편중교육이 미국의 창을 통해 우리 생활과 세계를 해석하는 정체성의 혼란 외에도 조기 해외유학과 사교육비 증폭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야할 청소년들에게 영어사대주의 망상을 심어주겠다는 초등학교 영어시수 확대방침은 철회되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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