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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게 해달라며 자녀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지난 달 28일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5·여) 씨의 자녀가 낸 소송에서 김 씨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장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더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거나 평소 이런 뜻을 보여 왔다면, 이런 치료의 중단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생명의 절대 존귀성과 환자 및 가족의 감내할 수 없는 고통 사이에서 안락사 문제는 생명과 죽음의 본질, 악용가능성과 기준설정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뇌사 등으로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인공장치를 동원해 무의미한 생명유지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 감내할 수 없는 고통과 희생을 강요해 왔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대해 '생명에 자기 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는 견해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존엄사 허용 판결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존엄사는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 유럽 국가 대부분은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 관습보다 법이 너무 뒤처져 있었다.
2006년 국정홍보처 조사를 보면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2580명 중 존엄사 허용에 대한 응답이 70%에 달하는가 하면 지난 10월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87.5%가 연명 치료가 의미가 없을 때 존엄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고,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물론 제도 마련 과정에서 생명윤리, 종교, 사법, 의학 분야 등에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겠지만 인간답고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 사설(2008. 12. 1)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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