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된 고 3교실, 진풍경 한 번 보실래요?
‘21일 오전 10시 경 서울 A고 고3교실. 자리가 듬성듬성 빈 채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엎드려 잠을 청한다. 카드게임이나 고스톱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그나마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3분의 1수준. 나머지는 ‘유급’되지 않을 선에서 아르바이트나 운전면허 취득, 늦잠 등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25일자 한국교육신문 ‘무질서 고3교실…학교도 속수무책’에 보도된 기사 중 일부다. 속수무책이 된 교실. 이런 풍경(?)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수능이 끝나기 바쁘게 교실은 무법천지다. 신분은 학생이지만 수업은 물론 교칙도 생활지도 규정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이미지 출처 : 한교닷컴에서>
수능 끝난 고 3교실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2학기부터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합격자 발표가 끝난 순간 이미 학생이 아니다. 대학을 준비하는 학교에 대학에 합격했으니 공부가 될리 없다. 수시 합격자는 창가에 자리까지 따로 마련해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운전면허 시험준비를 하도록 배려까지 해 준다.
통제 불능의 교실, 이 맘 때가 되면 교육청에서는 연례행사처럼 공문이 날아온다. ‘단축수업 금지’니 ‘교육과정 정상화’라는 공문이 그것이다. 국영수 시험문제 풀이로 예체능과목은 기타과목이 된 지 오래된지 오래 된 교실에 웬 교육과정 정상화’니 ‘단축수업 금지’일까? 이런 공문을 보내는 교육청에서는 정말 이런 공문으로 학교의 교육과정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수능 끝난 학생은 복장부터가 다르다. 시퍼렇게 살아 있던 교칙도 수능이 끝나면 이들은 치외법권의 특혜(?)를 누린다. 여학생들의 복장은 눈에 띠게 달라진다. 귀거리를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얼굴성형까지 하고 나타난 학생도 있다. 머리 염식은 기본이고 금지하던 장신구가 화장까지 하고 다닌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립스틱을 바르고 눈화장까지 한 학생도 있다. 엊그제까지 ‘학생다움’(?)을 강조하던 교칙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신분은 학생이지만 교칙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학생들은 그동안 누리지 못한 자유를 한꺼번에 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일까? 고 3교실은 어느날 갑자기 자유를 만끽하는 해방구가 된다. 지각은 예사고 출석만 체크하고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 나간다. 학교에서는 간혹 입시설명회를 위해 학교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진학할 대학이 이미 정해진 학생들에게 그런 건 시간 때우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무용지물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미지 출처 : MBC>
수능이 끝나고 졸업하기 까지 3~4개월 동안 고 3교실은 해방구다.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공납금은 내야 한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고했으니 공부를 가르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일까 고 3수업을 맡은 교과당당선생님들은 수업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수능 전날 지금까지 배우던 책이며 참고서를 묶어 고물상에게 던져버린 학생들에게 정상수업이 될 리 만무하다.
‘법이란 필요할 때만 지켜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싶은 것일까? 학생을 이중 인격자로 키우는 이러한 현실을 왜 교육부는 수십년동안 모르쇠로 일관할까?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학기제를 바꾸면 된다. 3월에 시작해 2월에 끝나는 학기제가 아니라 1월부터 시작해 12월에 끝나는 학기로 바꾸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아니면 수능이 끝나면 조기 졸업을 시키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출석일수가 필요해 공부도 하지 않은 교실에 학생들을 잡아 놓고 공교육 정상화니 단축수업 금지와 같은 쇼(?)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에서 탈출한(?) 학생들이 누리는 자유를 시기해서가 아니다. 인생의 황금기와 같은 소중한 시기에 공부도 하지 않고 방황하는 3~4개월. 시간도 공납금도 아깝다. 교육부는 언제까지 ‘진풍경이 되고 만 고 3교실’을 방치해 두고 있을 것인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