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등한 교육과 평등한 교육은 다르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 ①항이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다르다. 왜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인가?
제헌헌법 제16조에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 모든 교육기관은 국가의 감독을 받으며 교육제도는 법률로써 정한다.”고 했다. 이러한 ‘모든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1962년 12월 26일, 박정희가 5·16군사쿠데타 이후 제 5차개헌 헌법에서부터 ‘능력에 따라…’가 삽입된다. 쿠데타 세력들은 국회가 해산된 상황에서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재개정하고 국민투표법을 제정했다. 그들은 1962년 11월5일 개헌안을 공고하고 12월6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결을 거쳐 17일 국민투표에 부쳤고 26일 공포해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한 제 5차개헌 헌법에서 부터다.
■ 박정희가 바꾼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
박정희가 바꾼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란 경제적인 능력일까, 아니면 재학기간에 노력한 수험생들의 학력일까? 박정희가 삽입한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의 ‘능력’이란 권리조항이 아니라 차별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박정희가 의도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란 정신적 육체적 능력에 따른 기회의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주어지는 기회는 덮어놓고 외국의 능력은 외국어 고등학교에, 영재에게는 영재고등학교를, 입학의 차별을 정당화, 합리화하는 명분을 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33년이나 된 늙은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는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기회의 차별을 정당화한 조항은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과 상치되는 위헌적인 요소이다. ‘교육을 받을 권리’란, 모든 국민에게 저마다의 능력에 따른 교육이 가능하도록 그에 필요한 설비와 제도를 마련해야 할 국가의 과제와 아울러 이를 넘어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도 실질적 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실현해야 할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다.

■ 교육의 총체적인 모순은 일류 대학 때문
교육부·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지난해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1인당 18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 늘었다. 지난해 부모가 경제활동을 안 하는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44.3%) 또한 전년과 비교해 2.6%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도 지난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의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은 48만2000원이었다. 식비(48만1000원)나 주거비(35만6000원)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시합 전에 승부가 난 게임.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자녀가 대물림되는 현실을 두고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현행헌법 제 31조 1항의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는 배우고자 하는 아동과 청소년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자녀를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의 교육권과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기회의 균등을 허용하지 않은 평등이란 평등이 아니다. ‘능력에 따른 균등’이란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차별을 자녀가 대물림하는 차별을 정당화한 반민주적 발상이다.
일류대학만 없어지면 공교육비에 맞먹는 사교육비가 필요할까? 우리나라 교육의 총체적인 모순은 일류대학에 있다. SKY입학이 학교 교육의 목표가 된 나라에서 수학능력고사만 없애면 초중등교육이 교육하는 학교가 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은 지역의 국립대학을 제 1서울대학, 제 2서울대학… 식으로 이름만 바꿔도 사교육 열풍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지 오래다. 초중등교육의 목표가 일류대학입학을 두고 4당 3락의 선행학습이니 ‘잉글리시 푸어’와 ‘빨대족’과 같은 유행어가 사라질까?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학입학시험이 없다.

■ 헌법은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왜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로 차별을 정당화 하는가? 우리헌법 제 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헌법 제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행복추구권, 교육권을 무시하고 어떻게 주권자가 주인인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행복추구권, 교육권을 무시하고 어떻게 주권자가 주인인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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