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장에 나온 인사들의 거짓말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병역 면제, 논문 표절....’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나온 인사들의 한결같은 이력이다. 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고위공직을 맡겠다는 인사들의 인면수심에 전율을 느낀다. 더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그게 왜 죄가 되는가?'하는 뻔뻔 스러움이다. 사전을 보면 ‘거짓말’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진술하는 행위’라고 풀이했다.
거짓말은 ‘법을 어기는 사악한 인간들이나 하는 짓거리’(용어 사전)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세태를 보면 거짓말이 사악한 인간이나 파렴치한들이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을 비롯한 경찰청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대부분이 이 지경이니 학교가 길러낸 훌륭한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인간일까?
■ 검찰의 엄벌 믿을 수 있나?
거짓말에 대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다. 오래 전 수원지검에서는 거짓말 사범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92명을 적발해 5명을 구속기소하고 8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한다. 검찰관계자는 "거짓말 사범은 수사력의 낭비와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범죄로 이들 사범은 원칙적으로 기소해 징역형을 구형, 엄히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방침"이라고 한다. 검찰이 하는 일이니 믿어야겠지만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검찰이 사회정화를 위해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박수를 칠까? 큰 거짓말쟁이는 두고 힘없는 피라미들만 잡는다고 검찰을 비웃을까?
‘진짜’가 불신당하는 세상이라 진짜가 아니라 ‘정말 진짜’, ‘진짜 진짜’도 믿어지지 않는다. 거짓말이 얼마나 일반화됐으면 ‘하얀 거짓말’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까? 그것도 그럴 것이 4천만 국민이 지켜보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대는 세상이니 어떻게 세상을 믿을 수 있겠는가? 오죽했으면 부자간 목욕탕에서 있었던 ‘세상에 믿을 놈 한 놈 없다’는 얘기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膾炙)됐을까? 대통령이며 대학 총장을 지낸 분까지 나라 안을 휘젓고 다니며 뻔~한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는 세상이니....

■ 오죽했으면 거짓말이라는 유행가까지 등장했을까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이런 노래가 힛트까지 쳤으니 거짓말의 일반화라고 해야할까. 역대 대통령 중 거짓말을 하지 않은 대통령은 누굴까. 신문·방송이 공동으로 팩트체크를 실시한 결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도 세월이 지나면 승화하는 것일까? 오죽하면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말을 한 경우 후보자를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던 일이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7조 2항은 공직후보자가 본격적인 인사청문에 앞서 선서를 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서합니다"라는 내용이다.
■ 출세를 위해서라면 거짓말 정도야 못하는 사람이 바보다?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보는 세상을 불신의 시대라서 그런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유명인사가 되고 출세하는 세상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이 실패했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대부분의 학교 교훈이 ‘정직, 성실, 근면’이다) 하긴 교훈까지 거론할 필요까지 없다. 일류대학을 나와 무슨 박사학윈가 뭔가 하는 공증 인증서(?)며 언론계 출신, 무슨 대학 교수, 심지어 시민단체 이력까지 달고 나와 유명 인사만 되면 얼굴에 철면피를 깐다. 이들의 거짓말은 서민들의 생계형과는 달리 불특정 다수에게 정신적, 물질적 엄청난 피해를 주는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행위가 대부분이다.

거짓말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연인들끼리 하는 거짓말도 있고 부모 자식간에 나누는 가슴 찡한 거짓말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후안무치한 거짓말은 정치허무주의를 만들고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는 냉소주의 풍토를 만들고 있다. 몇몇 사람들을 잠간 속일 수는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하긴 수천명의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훈장까지 받는 세상이니 ‘행정부처가 분할되면 나라가 거들 날지도 모른다’는 정운찬국무총리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애교로 봐도 좋지 않을까? 하기는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내가 BBK 설립'했다는 동영상조차 오리발을 내미니 국무총리니 고위 공직자가 청문회에서 하는 거짓말 정도야 애교(?)로 봐줘야 할까?
과정은 무시하고 이기는 게 선(善)이 되는 세상. 사람이 아니라 경제력이나 권력이 인품이 되는 나라. 연고주의가 판을 치고 기만과 사술(邪術)로 선량한 사람이 설 곳이 없는 세상에는 법 없어도 살 사람이 무능력자 취급 당한다. 이런 세상에는 사이비 정치인도 부족해 알아서 기는 사이비 언론까지 기고만장이다. 거짓말을 잘하면 출세하는 세상. 이들이 만드는 막가파 세상에는 사회정의니 애국 따위는 헛소리다. 언론과 검사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양심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색깔 칠을 당하고 왕따를 당해야 한다. 예술인은 교사도 피에로가 되어야 하는 세상. 양심을 파괴하든, 환경을 파괴하든 TV에 얼굴만 자주 비치고 부자만 되면 존경받는 세상에 희망을 말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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